🇺🇸 미국 역사상 최대의 환경 예산, 과연 통과될까??

📮💌오랜만에 희망찬 소식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습니다.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일부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앞으로 총 3690억 달러(약 482조 2800억 원)의 예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의 목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탄소 감축 목표 달성 실패는 전 인류를 향한 재앙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세계 2번째의 탄소 배출 국가인만큼, 미국이 실패하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전 지구적 과제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대규모 홍수, 태풍, 폭염, 가뭄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할 확률이 1.5도를 기준으로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화력발전소 등 여러 탄소 배출원들을 규제🚫하고, 태양광 발전☀️, 전기차⚡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넘도록 의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정확히 50 대 50으로 동일해서, 민주당 의원중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어떤 법도 통과할 수 없는 상황인데, 민주당의 조 맨친 의원이 예산안에 계속해서 반대해왔기 때문입니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가 대표하는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석탄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화석연료 산업인만큼, 맨친 의원은 열심히 화석연료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민주당 내 다른 의원들이 맨친 의원을 설득하는데 실패하자,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의 도움 없이 탄소 감축을 하기 위한 '힘든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7일, 맨친 의원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 법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협상을 포기한 상황에서, 소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협상 테이블에 남았고 결국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물론 당초 계획했던 것만큼의 성과는 아니지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기후변화 예산안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법안의 내용

그렇다면 이번 법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요?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음의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에너지
- 풍력·태양광 발전, 배터리 설비 등 친환경 발전 설비에 대한 10년 이상의 세액 공제
- 탄소 포집·저장을 하는 천연가스 발전소 및 산업시설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
- 기존 원자력 발전 시설 유지를 위한 세금 우대
신규 전기차 및 기존 전기차 구매 시 세액 공제 제공
각 가정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설비를 개량하거나 구매하는 경우 할인 혜택 제공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제조업에 투자하는 경우 세액 공제
석유 및 가스 설비에서 메탄 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경우 추가 요금 부과(톤당 1500달러)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의 기후변화 피해 대응 지원
농·축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및 산림 보호 사업 지원

맨친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타협한 부분도 있습니다.

법안에는 멕시코만과 알래스카만에서 새로 석유 시추를 할 수 있도록 임대 판매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조 맨친 의원은 이번 법안과는 별개로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에게 천연가스관을 포함한 에너지 설비 설치을 허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습니다.

반응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일단 기뻐하는 분위기입니다. 환경단체들도 이번 합의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화석 연료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편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합의가 "미국을 부도낼 것이다", "당신의 직업을 없앨 것이다" 라는 등의 격양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만약 민주당 상원의원 모두가 법안에 찬성하면, 사실상 공화당은 법안의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남은 과제들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조 맨친 의원이 법안에 찬성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키어스틴 시너마 의원이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합의된 법안 내용 일부에는 그동안 헤지펀드 관리자, 사모펀드 경영진 등에 제공되어 왔던 세제 혜택을 줄이자는 안도 포함되어 있는데, 시너마 의원은 이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시너마 의원은 아직 법안 내용을 검토중이라며, 찬성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외에도 의원 일부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의정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태양광·풍력발전, 전기차, 2차전지 업체들은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들에는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국내 태양광 및 풍력발전 관련주의 주가는 맨친 의원이 법안 내용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Editor's Comment

미국은 역사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탄소 감축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미국 내의 많은 이들에겐 당장의 먹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살아온 이들이 희생해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들에게서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타협하고 대안을 제시해 새로운 시대에 함께 적응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