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제대로 안 해? 법정에서 보자😤

지난 6월, 62명의 아이들이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정한 '탄소중립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이 법이 미래세대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지요.

당시 청구인들은 대부분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었고, 대표 청구인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태아였습니다. '아기 기후 소송'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현재 세대가 탄소 감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미래 세대가 피해를 보는 '기후 불평등'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7일 전 세계 20여 개 국에서 기후 소송을 진행 중인 기후 단체들이 연합해서 각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 너희들 기후 변화 제대로 대응 안 하면 소송 걸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난 9월 27일, 전 세계 20여 개 기후 단체가 각국 정부에 기후 위기 대응 조치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어요. 이들 단체는 세계 각국에서 80여 건의 기후 소송을 진행 중인데요, 지난 2020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청소년 기후 행동'도 이번 공개서한 발송에 참여했습니다.

출처: Sarah Mead 트위터

공개서한에는 각국 정부가 수십 년간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다구 국가들이 자신들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담겨있어요.

"전 세계 수십 개 나라의 법원은 이미 각 정부에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안다"면서, "당신이(정부가) 계속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법정에 책임을 묻겠다!"라는 경고도 전했습니다.

공개서한의 의미

그간 각 나라에서 기후 소송이 제기된 적은 많았지만, 기후 소송을 진행 중인 여러 단체가 연합해 공동 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1월 예정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보자'는 강력한 메시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소송의 사례가 축적되면서 얻어진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런던 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와 환경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제기된 기후소송은 1200건이 넘습니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800여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최근들어 기후 소송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정부뿐 아니라 화석 연료, 농업, 식품, 운송, 플라스틱, 금융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도 증가했고요. 보고서는 기후 소송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실제로 의미 있는 판결 사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소송의 확산 배경이 된 2015년 네덜란드의 '위르헨다 판결'부터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랐습니다. 아직까지는 승소 사례가 많지 않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기후 소송'이 자리잡은 셈이죠.

우리나라 기후 소송은?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소송이 네 건 진행 중이에요. 네 건 모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 소원이에요.

2020년 3월 : 청소년 19명 등이 제기한 청소년 기후 소송
2020년 11월 : 중학생 2명 등이 제기
2021년 10월 : 기후 위기 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제기
2022년 6월 :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 소송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환경부 : 일단 청구인들이 해당 법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데다가, 국가 정책이 환경 보전에 완전히 미흡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만약 기후 소송에서 청구인들이 승소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외국 기업 : 재생 에너지 좀 늘려주세요😢

최근 우리 정부는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5%로 크게 줄이겠다는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려는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해요. 바로 'RE100' 때문입니다.

RE100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전부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긴 하지만 너도나도 RE100에 가입하면서 RE100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은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 기업만의 고민이 아니었어..

지난 레터에서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업들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국내에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도 RE100에 가입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국내 재생 에너지 공급에 관한 고민을 우리 기업들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지난 8월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암참'이 우리 정부에 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달라고 건의했던 것이죠.

암참 : 재생 에너지 비중을 30% 내지 35% 이상 달성할 것을 부탁드려요!

이렇게 건의하면서,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한국 내 협력 업체들에 재생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럽 최대의 연기금 운용사도 우리나라가 한국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자로서 재생 에너지를 필수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요.

결국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려가려는 국제적인 흐름과 우리 정부의 정책이 엇갈리면서 국내 기업들은 물론, 우리나라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도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