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뉴스레터에서 소식을 전했던, 미국 사상 최대의 환경 예산을 기억하시나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탄소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약 3690억 달러(한화 약 49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이는 단일 법안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 위기 대응 예산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2위의 탄소 배출국인 만큼, 미국의 탄소 감축 실패는 사실상 전 인류의 탄소 감축 실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법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7월 중순까지만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환경보호국(EPA)의 규제 권한을 제한한데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의회 입법도 지지부진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7월 말, 민주당 내에서 기후 예산을 반대해왔던 조 맨친 의원이 법안에 찬성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법안은 지난 7일과 12일 상·하원 의회를 각각 통과하고, 1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백악관에 돌아와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이제 '법안'이 아니라 '법'이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 : 이번 법의 효과로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2005년 대비 40%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이 없다면 27%밖에 줄이지 못할 것 같네요.

물론 40%는 50% 감축을 목표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는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 의회 입법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을 동원한다면 50% 감축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법안과 별개로 추가적인 규제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어떨까요?

법의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인 만큼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에 따라 489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이 발생하게 되지만, 법인세 인상 등으로 765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수입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향후 10년간 약 2760억 달러 규모의 긴축 재정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편성하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긴축재정의 규모가 매우 작아서 법안 자체로 향후 1~2년 내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번 법은 우리나라의 친환경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태양광, 배터리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RE100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최근 국내 기업들이 'RE100'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37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중 국내 기업의 수는 21곳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6곳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에 15곳이나 증가한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그보다는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 기후리스크 공시 의무화 등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KDI 공공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 한국 기업이 재생에너지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동차는 15%, 반도체는 31%,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4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고객사에서 RE100 참여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BMW 그룹이 삼성 SDI에 '젠5'의 배터리를 제조할 때 친환경 전력만 사용하도록 계약상 의무를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생존 문제가 된 것이죠.

그런데 최근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에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한 거 아니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전력 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의 총 사용량은 102.92TWh(테라와트시)였습니다.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TWh에 불과합니다.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두 배 넘게 늘려야 이들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발전량과 인프라가 부족하니, 수급 비용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은 해외에 비해 1.5~2배 더 비쌉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량 확대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아직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내에 '10차 국가 전력 수급 기본계획'이 확정된다고 하니, 그에 따라 앞으로 나올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과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