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쟁, 서막을 올리다

전 세계가 월드컵의 열기에 휩싸여있던 지난주, 우루과이를 무대로 또 하나의 중요한 기후 회담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플라스틱 오염 조약(Plastic Pollution Treaty)'의 내용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정부간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회담입니다. 월드컵의 열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명 넘는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중요한 행사였어요.

이번 회담이 왜 중요한데?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우리 구독자님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나쁜지 아마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만 요약해 보자면요:

2019년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 오염물질의 양은 2200만 톤에 달해요. 206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에요.
전체 해양 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이 85%나 차지해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오염물질의 양은 2040년까지 세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해 2300만 톤~3700만 톤 가량인데, 이는 전 세계의 해안선에 1m 당 50kg의 플라스틱을 쌓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2019년, 플라스틱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18억 톤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를 차지해요. 이대로 가면 플라스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206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거예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도 편하게 접하는 플라스틱이지만, 플라스틱 오염물질이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점차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지난 3월에 UN 회원국들이 플라스틱 오염물질 줄이기 위한 조약을 만들기로 합의했어요. 이번 조약은 특히나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간 국제사회의 여러 합의들이 강제성이 없어 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 자체가 고무적인 성과였어요.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다섯 번 만나 내용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 만남이 지난주 우루과이에서 진행된 것이죠.

'플라스틱 전선' 구축!

이번 회담은 첫 번째 만남이었던 만큼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을 둘러싸고 각 국가들이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플라스틱 전선'이 구축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쪽엔 HAC(High Ambition Coalition)를 중심으로 모인 국가들이 있습니다. HAC는 EU 국가들과 노르웨이, 르완다 등 40개국이 넘는 수가 참여 중인 국가 간 연합체입니다. 이름을 직역하면 '대망 연합'인데요, 이름처럼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0'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조약을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어요. 국가별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목표치를 할당하고,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도 HAC에 가입한 상태예요.

다른 한쪽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산업을 지키기 위한 진영이 생겼습니다. 이들은 규모가 큰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 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조약에 '법적인 구속력'이 가해지면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이들은 이번 조약도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각 국가별로 각자 상황에 맞게 목표치를 할당하고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국가들은 그간 플라스틱이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던 점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플라스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결국 이번 만남은 각자의 입장을 확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예정된 4번의 만남 동안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어요.

🦈 부수어획을 막아줄 장치

멸종 위기에 놓인 상어와 가오리 등이 물고기 잡는 배에 함께 잡히지 않도록 막는 장치가 개발되었습니다. 상어와 가오리는 계속해서 개체 수가 줄고 있는데요, 최대 위협 요인인 부수 어획으로 해마다 2000만 마리의 상어가 잡히고 있어요. 샤크가드는 전기 펄스를 방출하는 소형 건전지처럼 생긴 장치로, 낚싯바늘 옆에 부착합니다. 상어나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는 미세한 전위차를 감지할 수 있어서,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향해 다가오다가 전기 펄스를 감지하고 멀리 떨어지게 된다고 해요.

부수어획이란? 어획 대상이 아닌 어종이 우발적으로 잡히는 일을 말해요.

♻️ 삼다수 페트병 작업복

제주도에 위치한 삼다수 생산본부에서 직원들에게 새 유니폼이 지급되었어요. 바로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근무복입니다. 제주에서 수거된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들었대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사업입니다. 지난봄, 한솥과 풀무원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로 근무복을 만든 사례가 있었어요. 또 작년에는 경찰복을 만들어 시범 착용하기도 했습니다.

🪸 뒤바뀌는 제주 바다 생태계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수온상승으로 제주 바다의 생태계가 바뀌고 있어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아열대 어종이 출현하고 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귀포의 연산호 군락에 아열대 경산호들이 침투해 서식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조간대 미역은 생산량이 뚝 떨어졌고, 생물상의 80% 이상이 사라졌다고 해요. 바다의 해조류가 사라지니 암반 백화현상인 '갯녹음'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제주를 포함한 남해의 수온은 50년간 1.5도가량 올랐는데, 이는 세계 평균 상승 폭보다 3배 빠른 상황이에요.

🔥 결국 불붙은 마지막 석탄발전소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시공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지난 30일, 최초 점화가 이루어졌어요. 최초 점화는 보일러 연소실부터 굴뚝까지 점검하기 위해 보일러 버너에 처음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해요. 국제에너지기구는 탄소중립을 위해 OECD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석탄발전소 건설 기간동안 건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된 발전사업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공사는 계속 이어졌고 최초 점화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제주, 세종 일회용컵 보증금제

🪙 지난 2일부터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기 시작했어요. 자원순환 보증금 앱에 있는 자신의 바코드와 일회용 컵에 있는 바코드를 순서대로 찍으면 보증금 3백원을 돌려받게 된대요. 하지만 생소함에 어려움을 느끼고, 매장을 다시 찾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시민들도 많다고 해요. 또, 카페에서 이 제도를 부담으로 느껴 간이 회수기를 설치하지 않은 매장도 많은 상황입니다. 가맹점이 백 곳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가 시행 대상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어요.

🗼 소들섬 원상복구 해놔!

한국전력이 당진시 삽교호 안의 작은 섬인 소들섬에 송전탑을 건설하려 했으나, 당진시가 이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어요. 이에 한국전력은 '공사중지 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전지방법원은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강행한 공사로 인해 소들섬의 환경이 훼손되어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소들섬은 수만 마리의 철새가 모이는 충남 북부권의 대표적 철새 도래지입니다. 한국환경회의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한국전력에 훼손된 지역의 원상복구를 요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