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누가 낼 건데?”

환경 문제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는 바로 “돈 문제"예요.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30%를 보전하는 데엔 매년 7000억 달러가 필요해요.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고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매년 4~6조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하고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규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피해 복구와 예방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

그렇다면 이렇게 큰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오늘은 최근 이 돈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논의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해요. 바로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를 개혁하는 문제예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세계 44개국이 체결한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탄생했습니다. 협정의 목표는 전쟁으로 망가져버린 세계 경제를 복구하는 것! 🏚️

협정에 따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가 탄생했고, 이후 IBRD를 중심으로 여러 기구들이 설립되면서 오늘날의 ‘세계은행 그룹’이 만들어졌어요.

세계은행은 ‘빈곤 퇴치’를 핵심 목표로 작년에만 개발도상국들에 1000억 달러 넘는 금액을 지원하는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IMF도 팬데믹 이후 23개국을 대상으로 1130억 달러의 융자 지원을 하는 등 세계 경제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두 기구의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기구의 운영 방식은 1944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어요. 돈이 많은 선진국들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 돈을 활용해 가난한 나라들에 융자를 지원하거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 운영 방식이죠.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기후 재난의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점점 커져 더 많은 나라들이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어요. 돈 쓸 일이 늘어난 것이죠.

지난해 세계은행은 317억 달러를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했습니다. 절대적인 숫자만 본다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세 배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지원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입니다.

여기서 ‘바베이도스’가 등장합니다. 바베이도스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로,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 중 하나예요. 🏝️

🎙️ 바베이도스 총리인 미아 모틀리는 재작년 글래스고 기후총회에서부터 이 문제를 제기하고, 지난 7월부터는 바베이도스 수도 브릿지타운에서 경제학자들, 그리고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두 기구가 과거처럼 선진국 정부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까지 자금을 조달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혁안은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Bridgetown Initiative)’로 불리고 있어요.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는 지난 11월, 샤름 엘 셰이크 기후총회에서 여러 국가들은 물론 IMF와 세계은행 총재로부터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어요. 만약 금융기구 개혁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민간 자본 조달 등을 통해 조 단위의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지난주, 세계은행도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어요.

개혁안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앞으로

• 💰 민간 자본 조달 등 자금 확보 방식을 다양화하고
• 📊 대출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 🤝 중간 소득 국가들로 지원 대상을 확대

할 계획입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와 비슷합니다.

만약 이 내용대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1944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은행의 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셈이에요.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는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을 가장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개혁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대부분의 국제 협력은 ‘누가 돈을 얼마나 낼 것인지’의 구체적인 논의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에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를 배경으로 탄생했던 세계은행과 IMF,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앞에 두고 과연 ‘업그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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